mon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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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회를 다녀보고 있다. 나는 기본적으로 무신론자일지라도 종교를 믿는 이유를 알고싶다는 생각은 꾸준히 해왔기에 큰 부담은 없었다. 그래도 이유가 그뿐은 아니다. 요즘들어 부모님이 하소연을 많이 하신다. 나이가 들어가는 게 눈에 보인다. 원래도 부모님에게는 의지하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더이상은 의지할 수 조차 없다는 걸 체감하게 되었다. 꿈에서는 지나간 인연들이 자꾸만 나타난다. 괴로운 감정들이 자꾸 떠오른다. 이런 날은 아무래도 아침부터 찝찝하다. 아주 없었던 일은 아니지만 최근 급격히 많이 그런다. 나에겐 기댈 곳이 없다. 이젠 내가 찾을 것이 신 뿐이 아니겠는가. 흔히 종교라는 것이 생겨난 이유가 죽음에 대한 공포는 절대적이고 극복할 수 없으니 가상의 존재를 상정하고 죽음을 이용한 것이라고 알고있듯이 나도 그 존재를 믿기 시작하면 나의 불안도 고통도 사라질까 하는 기대감도 있다. 항상 종교를 가진 사람이 부러웠다. 심지어 그게 사이비일지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믿는다는 사실 자체가 부러웠다. 물론 나에게도 믿을만한, 기댈만한 사람이 있었을 때는 종교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이 추호도 없었다. 나도 나를 잘 모르겠지만 불현듯 교회를 다니기 시작한 이유는 아무래도 지금 상황이 그렇지 않기 때문일 뿐일 것이다. 언젠가 좋은 사람을 만나고 삶이 안정되면 ‘그땐 왜 그랬지’라며 지금의 생각에 의문이 들 수도 있겠다. 그리고 그런 날이 언젠가 오길 바란다.

‘모두 썩어라, 철저히 썩어라’가 그분이 세상을 보는 이상한 눈입니다. 사람은 온갖 악행에도 불구하고 자기 스스로를 송두리 째 포기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세상이 철저히 썩어서 더 썩을 것이 없게 되면 사람은 살아남기 위해 언젠가는 스스로 자구책을 쓴다는 것입니다. - 홍성원 『무사와 악사』 中 -